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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미신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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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리와 손잡고 박해와 소외로 고통받는 탄자니아 백색증 환자들에게 희망 선사하는 '시스터 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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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니야미제제(Nyamizeze) 마을. 한낮의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마사 므강가(Martha Mganga)는 한창 들떠 있다.

'시스터 마사'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54세의 므강가는 탄자니아 백색증 환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지역사회 운동가이자 로타리 파트너이다. 백색증, 혹은'알비니즘(albinism)'은 많은 오해와 편견의 대상인 선천성 질환으로,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연한 피부와 머리색, 연한 눈, 태양광에 대한 극심한 민감성을 수반한다.

므강가도 백색증 환자이다. 거의 30년 동안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한 지식을 얻고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도록 돕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부족 주술사와 같은 전통적 지도자들이 퍼뜨리는 백색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미신에 맞서 싸워왔다. 이러한 미신 중에는 백색증 환자의 신체부위를 갖고 있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섬뜩한 믿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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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다 카에마는 두 개의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직물점, 다른 하나는 바구니, 돗자리, 냄비 등을 파는 노변상점이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딸 메리는 "우리 엄마가 못하는 일이란 없다"고 자랑스럼게 말한다.

이러한 미신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간 다수의 백색증 환자들이 살해 또는 상해를 당했으며, 백색증 환자의 무덤을 도굴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제까지 최소 76명의 탄자니아 백색증 환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외에도 끔찍한 불구가 된 채 살아가는 피해자가 72명이나 된다.

이날 므강가는 로타리가 지원하는 지역사회 워크숍 팀의 일원으로서, 플라스틱 천막 아래에 모인 이 마을의 원로들을 대상으로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벌써 동료 팀원 몇몇이 이야기를 마친 후이다. 청중은 대부분 지역사회 및 종교 지도자 위치에 있는 남성들이고, 그 중에 니야미제제의 백색증 환자인 해피니스 세바스찬(Happiness Sebastian, 24세)과 그녀의 젖먹이 딸 케플린(Keflin)이 끼어 있다. 

로타리 회원 페이 크랜이 므완자 지역의 한 지역사회 교육 행사에서 백색증 환자 해피니스(왼쪽)의 딸 케플린을 안고 있다.

니야미제제 마을의 인구는 약 1만 명에 이른다. 이번 워크숍은 이곳 주민들에게 백색증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심각한 편견을 바로잡아 현지 백색증 커뮤니티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제까지는 유전적 요인과 최근 백색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폭력, 이들을 비인간화시키는 잘못된 인식 등이 주제로 다루어졌다.

한 마을 주민은 백색증이 '귀신이 내린 저주'라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여성이 백인과 관계를 가진 결과라고 또 다른 주민은 이야기한다. '알비노들은 죽지 않고 그냥 사라져버린다'는 주장도 있다.

세션 거의 마지막 차례를 맡은 므강가는 이날 워크숍에서 전달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그녀는 참가자들에게 백색증 환자들이 살인과 폭력의 끔찍함보다도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태양빛이다. 백색증 환자의 피부에는 멜라닌 색소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자외선에 대한 저항이 낮으며, 이는 탄자니아와 같은 적도 국가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탄자니아 백색증 환자들의 피부암 발병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세계 백색증 환자의 건강 증진에 힘쓰는 캐나다 단체 언더 더 쎄임 썬(Under the Same Sun)에 의하면 탄자니아의 알비노 인구 대부분이 20세 미만에 이미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피부 병변을 갖게 되며, 그중 상당수가 40세 전에 사망한다고 한다. 교육과 의료서비스 확대로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오지 지역에 사는 백색증 환자들은 태양이 미치는 위험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므강가는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백색증 환자들은 항상 그늘로 다니고 피부가 노출되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한다고 설명한다. 팔과 다리가 다 드러나는 차림을 한 세바스찬에게는 이러한 경고를 듣는 것이 처음이다. 므강가는 예시로 목과 어깨를 덮는 자신의 긴소매 옷과 긴 치마를 보여준다.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쓴 챙 넓은 모자에는 로타리 로고가 새겨져 있다.

그녀는 태양이 백색증 환자들의 "가장 위험한 적"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이어지는 워크숍의 마지막 순서는 마을 주민 모두를 위한 교육용 동영상이다.

미신 vs. 과학

여러 가지 오해와 그릇된 인식이 난무하지만, 알비니즘의 과학적 원인은 단순하다. 멜라닌 생성에 관계된 유전자 중 하나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이 질환을 타고나게 되는 것이다.

  • 33000.00+

    백색증을 가진 탄자니아 인구 수

  • 76.00

    2000년 이후 살해당한 탄자니아의 백색증 환자 수

  • 72.00

    2000년 이후 공격을 당하고 살아남은 탄자니아의 백색증 환자 수

전신성 백색증(oculocutaneous albinism)은 피부, 눈과 머리카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눈에만 영향을 미치는 안성 백색증(ocular albinism)과는 구분된다. 상염색체 열성 패턴에 따라 유전되기 때문에, 양친 모두 해당 변이를 지니고 있을 때에만 발현될 수 있다. 알비노가 아닌 부모가 변이 유전자를 각각 하나씩 갖고 있을 경우 알비노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25%이다.

전세계적으로 전신성 백색증 환자는 2만 명에 1명꼴로 발생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발생률이 그보다 높은 편이다.

위스콘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전학자 머레이 브릴리언트(Murray Brilliant)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색증 전문가이다. 그에 따르면 탄자니아에서의 백색증 발병률은 1,400대 1 정도이며, 보유자는 자그마치 19명에 1명꼴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브릴리언트는 탄자니아 알비노 인구의 대다수가 2,500년 전 공통된 조상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밝혀 내었다. 

수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탄자니아의 백색증 환자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박해에 시달려 왔다.

세대를 거듭해, 백색증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즉시 죽이는 관행이 자행되어 왔다. 알비노는 가족 전체에 수치와 불운을 가져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 순간의 '잔인한 자비'를 선택한 것이다.

기독교가 탄자니아 내륙까지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관행은 점차 사라져 갔지만 그 저변에 깔린 미신과 편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백색증이 없는 부모에게 태어난 최초의 알비노 아이로서, 므강가는 외로운 어린시절을 겪었다.

백색증(albinism)의 원인은?

백색증은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질환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 전신성 백색증: 눈, 머리카락, 피부의 색소 결핍
  • 안성 백색증: 눈의 색소 결핍

 

이웃들은 그녀의 가족에게 "저주를 받았다"며 손가락질을 했고, 동급생들도 그녀를 멀리했다. 한 교사는 므강가가 망막과 홍채의 색소 부족으로 시력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실 맨 뒤에 앉도록 해 결국 초등학교를 낙제하게 만들었다.

17세에 일부다처제를 따르는 남자에게 중매결혼을 할 상황에 처하자 므강가는 강에 투신해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물살은 그녀를 안전히 뭍으로 옮겨 놓았고, 그때부터 그녀에게는 새로운 생의 목적이 생겼다. 성경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해 선교사로 나섰으며, 결국은 직접 '알비노 피스메이커(Albino Peacemakers)'라는 비정부기구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알비노 피스메이커는 그녀의 고향인 아루샤(Arusha)에 기반을 둔 로타리 파트너 단체이다. 지역사회와 가정에 백색증에 대한 지식을 교육하고 알비노 아이들의 학업을 지원하며 피부암 검사를 촉진한다.

폭력의 증가

므강가가 인생 진로를 찾아갈 때쯤, 탄자니아의 알비노 인구가 직면한 현실은 한층 더 악화되었다.

2007년부터  백색증 환자들, 그중에서도 주로 아이들의 신체부위를 노린 '알비노 사냥'이 보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탄자니아 북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호와 탕가니카호 인근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알비노 신체부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 지역에 금과 다이아몬드 채굴업이 부상하면서 많은 자본이 유입됨에 따라 그 수위가 높아졌다고, 니야미제제 워크숍 진행자 중 한 명인 프레드 오티에노(Fred Otieno)는 설명한다. 오티에노는 아프리카내지교회 탄자니아 지부에서 지역사회 동원 담당으로 일한다.

두둑한 현금을 보유한 외부 투자가들은 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원주민 부족의 주술사들은 이것이 돈벌이 기회임을 알아채고 알비노 '부적'을 채집할 갱단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티에노는 "이 지역의 사업과 정치는 모두 미신에 크게 좌우된다"면서 "누군가가 '알비노 부적을 갖고 있으면 금맥을 찾을 수 있다'고 하면 솔깃해 하는 사람이 속속 출현하기 마련이다"라고 들려준다.

니이마 카잔자(37세)는 도공일을 해 아들 바라카를 부양한다. 바라카는 여전히 어머니의 안위를 걱정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말한다.

위험을 무릅쓴 기자들의 추적 보도 덕분에 소문으로만 들리던 만행이 곧 대대적인 위기상황임이 드러났다.

탄자니아 BBC 기자 빅키 은테테마(Vicky Ntetema)는 위장 취재를 통해 자신에게 알비노 신체부위를 팔려는 주술사를 동영상으로 포착해 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가 모여 알비노 신체 매매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국제 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의 2009년 보고서에는 다르에스살람에서 사지와 성기, 눈, 코, 귀가 갖추어진 알비노 신체부위 '한 세트'가 미화 7만 5,000달러에 매매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탄자니아 1인당 GDP가 연간 1,000달러 미만인 것을 생각할 때 어마어마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동 보고서는 300명에 달하는 알비노 아동이 장애인 학교에 "방치되어" 있으며 경찰서나 교회 근처에는 그 수를 확인할 수 없는 알비노 아동들이 공포에 떨며 은신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알비노 살인이 그나마 감소한 것은 정부가 감시 노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래 탄자니아의 고등법원은 최소 15명을 알비노 살인죄로 사형에 처했다.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무허가 주술사 200여 명이 검거되었으며, 탄자니아 총리의 명령하에 각 행정구역 당국은 알비노 살인과 관련된 가해자와 매매업자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갖추도록 훈련받은 특수 보안위원회를 설치했다.

언더 더 쎄임 썬은 보고된 알비노 살인, 공격, 도굴 사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데, 2015년 2월 한 1살박이 소년이 니야미제제 인근 지역에서 살해된 사건 이후로는 알비노 살인 케이스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발각되지 않은 사건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여타 지역에서는 위기상황이 오히려 악화되었다.

인접한 말리위에서는 2014년 이후 최소 18명의 백색증 환자들이 살해당했는데, 말라위 정부는 탄자니아 매매업자들의 영향을 탓하고 있다. 오티에노와 같은 탄자니아의 이해당사자들은 장애인 학교나 보호캠프에서 생활하는 수백 명의 알비노 아동들에 대해 우려한다. 비교적 안전한 시설이기는 하나, 언제까지 거기에 남아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티에노는 이러한 시설의 잠재적 위험성을 '시한폭탄'에 비유한다. 뿐만 아니라, 백색증 환자들이 격리 수용되어 있어 이들이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배타적인 시선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로타리, 등장하다

세렝게티를 가로질러 니야미제제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 로타리안 페이 크랜(Faye Cran, 76세)은 집앞 발코니에 앉아 로타리가 백색증 환자 커뮤니티를 지원하게 된 경위를 회고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태어난 크랜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동아프리카로 이주해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발전을 거듭해 탄자니아 가금류 업계에 군림하기에 이르렀다. 스와힐리어로 '마마쿠쿠(닭들의 어머니)'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크랜은 탄자니아의 가장 헌신적인 로타리안 중 한 명이다. 모시 로타리클럽 회원이며, 지구 로타리재단 위원장, 국가 위원장 등의 직책 외에도 수십 개의 상응보조금과 클럽간 프로젝트 그리고 9개의 글로벌 보조금의 연락담당자를 역임했다.

그 외에도 1996년 우펜도 나환자 재활자립센터의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백색증 환자와 마찬가지로, 나병 환자들도 사회적 배척의 대상이 되곤 한다.

탄자니아에서는 로타리 보조금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백색증에 대한 교육일 실시하는 지역사회 아웃리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탄자니아의 백색증 환자들을 위한 그녀의 노력은 폭력이 남긴 상처를 직접 목격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스코틀랜드 커크칼디 로타리클럽 회원인 앨런 서티(Alan Suttie)와 여행하던 중, 크랜은 알비노 신체부위를 노린 자들에게 왼팔과 오른손을 잃은 한 알비노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신체 불구가 된 것은 물론 끔찍한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한 시각장애자협회 회장이던 서티(이후 2014년 작고)는 이미 백색증 환아를 포함한 탄자니아의 시각장애아동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소년과의 만남으로 크랜과 서티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크랜과 다른 탄자니아 로타리안들의 파트너십을 통해, 서티의 클럽은 백색증이 있는 언니가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엮어내었다. 이 책은 탄자니아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다른 로타리 활동들이 이어졌고, 2개의 글로벌 보조금이 추진되었다. 2013년 크랜과 서티가 연락담당자로 나선 '탄자니아 아동을 위한 시력보조기 보급 및 알비니즘 인식 증진' 프로젝트가 그 첫 번째이고, 현재 크랜과 미르필드 로타리클럽의 존 필립(John Philip)이 실시 중인 '탄자니아 백색증 환자들의 삶 변화시키기' 프로젝트가 두 번째이다.

그 후로도 백색증의 거의 모든 측면을 다룬 다양한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다.

여러 지구가 손잡고 클럽간 프로젝트를 실시해 알비노 학생들에게 매트리스, 모기장, 시력보조기, 모자, 선스크린 등을 제공하고, 오지 지역사회에서 수입창출을 위한 활동을 지원했다. 

시력보조기 글로벌 보조금으로는 스코틀랜드의 검안사들이 아루샤 지역을 찾아가 현지 검안학과 학생들에게 연수를 제공했다.

학생들이 재학하는 파탄데 교육대학에서도 300여 명의 알비노 시력장애 청소년에게 시력검사와 돋보기안경, 망원렌즈 안경 처방 등을 제공했다.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보조금은 2015년에 시작된 것으로, 지역사회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니야미제제의 워크숍과 같은 지역사회 아웃리치 행사를 70개 이상 지원했으며, 수많은 살상을 초래한 미신과 편견을 뿌리뽑기 위해 백색증 커뮤니티와 전통 치유자들 간의 협력관계를 촉진하고 있다.

로타리는 보건요원 연수와 의료장비 공급을 통해 피부암 예방 및 치료에도 힘쓰고 있다.

탄자니아 병원 5곳에 전암성 병변이 심화되기 전에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냉동치료 기기와 물품을 제공했다.

조직검사로 암 소견이 나온 환자는 다르에스살람의 오션로드 암센터로 이전되는데, 옹호단체인 탄자니아 알비니즘 협회(Tanzanian Albinism Society)와 소외 인구를 지원하는 영국 NGO 스탠딩 보이스(Standing Voice)가 치료비를 지원한다.

18년간 도기를 만들어 온 우케레웨 마을의 니이마 카잔자는 로타리가 지원한 도구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안전한 노동을 위해

피부암 예방과 치료는 의료서비스만 보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므강가가 워크숍 발표에서 강조했듯이, 피부를 노출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내나 그늘진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생계수단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탄자니아처럼 열대지역의 농촌 중심 국가에서는 여의치 않은 일이다. 

니야미제제 워크숍에서 한 참가자는 하루종일 햇빛 아래서 밭을 일구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 수 있냐며 한탄한다. 시력이 나쁜 백색증 환자들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내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빅토리아호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3만 명의 섬인 우케레웨(Ukerewe)에서는 안전한 노동 환경의 부족이 특히 심각한 문제이다. 배로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쉬워 백색증 환자들의 피신처가 된 이곳에는 알비노 살인이 정점에 치달을 시기에 많은 환자들이 모여들어 지역사회를 형성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알비노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백색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나란히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시 로타리클럽

'사냥꾼'들로부터는 안전하다 해도 안전하게 생계를 버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탄자니아 알비니즘 협회의 지부장인 라마단 알파니(Ramadhan Alfani)는 "이곳 주민들 80%가 농부나 어부이지만 사실 우리에겐 힘든 직종이다. 나부터도 햇볕에 너무 오래 나가있으면 피부가 변한다"고 들려준다.

정비공인 알파니는 울창한 링가링가 나무 그늘에 작업장을 차려 놓았다. 이런 직종이야말로 백색증 환자들이 더 오래 살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 와중에도 알파니는 기름때가 묻은 붉은 작업복을 입고 낡은 토요타 미니밴의 엔진에 점화플러그를 설치한다.

로타리에서 기부한 각종 툴을 활용해 알파니는 지난 몇 년간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직원 3명에게 월급을 주며 아내와 어린 아들을 부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로타리 보조금, 융자금, 기부금 등으로 혜택을 입은 탄자니아 북부 등지의 알비노 자영업자 십수 명 중 하나이다.

아루샤 지역에서는 로타리가 므강가의 NGO와 공동으로 실시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 알비노 재단사들에게 재봉틀을 제공했으며, 개별 로타리안들이 자본을 기부해 백색증 환자 각 1명 이상을 포함한 5개의 소규모 협동조합에 무담보 소액융자를 제공했다. 덕분에 가정용품 상점, 직물점과 미용실이 문을 열었다. 글로벌 보조금 기금으로 참가자들에게 사업기술, 금융, 기초 재무지식 등에 대한 연수도 실시되었다.

이 보조금 프로젝트는 수입 창출 외에도 백색증 환자들을 사업 파트너로 양성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편견을 완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크랜은 "아직도 사람들은 알비노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한다"면서 "백색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나란히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한다.

점진적 개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흔히 그렇듯, 이와 같은 백색증 환자들의 수입창출 노력도 원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알파니와는 달리, 우케레웨에서 도공 일을 하는 니이마 카잔자(Neema Kajanja)는 로타리에서 장비를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감소되었다. 전반적인 경제 침체와 인근 시장의 폐장으로 인해, 도기를 팔려면 뙤약볕 아래에서 더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작업장에는 로타리 기금으로 마련된 가마가 별다른 이유 없이 방치되어 있다. 카잔자는 오늘도 원시적인 모닥불로 그릇을 구워낸다.

무소마(Musoma)에서 실시된 소액융자 프로그램 역시 장벽에 부딛혔다. 자영업 5개 중 3개가 성장세를 보이며 융자금을 꼬박꼬박 상환하고 있었는데, 1년쯤 되는 시점에 그중 한 곳의 업자가 돈을 훔쳐 도주하는 일이 생겼다. 또 한 곳은 사업을 주도하던 탄자니아 알비니즘 협회 지역부 회장이 피부암으로 사망하면서 문을 닫았다.

로타리 회원 데오그라티스 이붕가 웨지나(오른쪽)는 무소마에서 미용실 주인 헬렌 폴과 같은 알비노 자영업자들을 위한 소액 융자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소마와 우케레웨의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사업이 백색증 환자에 대한 편견에 대항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관계자들 역시 전국적으로 백색증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완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크랜에 의하면, 알비노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2008년 이후 탄자니아 의회에 알비노 3명이 선출 또는 임명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알파니와 무소마의 미용실 주인인 헬렌 폴(Helen Paul)은 자신들의 백색증이 영업에 저촉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광주리를 엮어 파는 사아다 카에마(Saada Kaema) 역시 무소마의 소액융자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다. 카에마는 처음에는 백색증에 대한 지식이 모자란 시골 주민들 중에 그녀의 가게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경향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지역 대다수의 알비노들과 마찬가지로 카에마도 '사냥꾼'들의 공격을 경계하고 밤에 혼자 걷는 것을 피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니야미제제에도 이러한 발전의 기미가 가시화되고 있다. 수백 명의 주민이 들판에 모여앉아 동영상 “우리와 같은 사람들(People Like Us)”이 상영되길 기다리는 동안, 원로 둘이 방금 끝난 워크숍에서 배운 지식을 되새겨 본다. 

마을 치안 담당인 피터 미숭기(Peter Misungui)는 이곳 주민들이 알비노 살인의 원인이 된 미신을 믿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매일 5명으로 조를 짜 방범순찰에 나서는 미숭기는 백색증 환자 보호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미숭기가 이끄는 방범요원들은 '숭구숭구(Sungu Sungu)'라 불린다. '개미 군단'이라는 뜻이다.

"개미 한 마리는 미미하지만 한데 모이면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백색증 환자들의 보호에 관해서는 미숭기도, 그의 친구인 목사 다우디 마타가네(Daudi Matagane)도 이번 워크숍에서 배운 바가 많다고 말한다.

미숭기는 특히 이 질환이 양친으로부터 유전된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고 한다. 두 친구 다 햇빛이 백색증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이러한 지식은 니야미제제 마을의 단 두 명의 알비노인 세바스찬과 그녀의 딸에게 생명을 좌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세바스찬이 과로하지 않도록 돌보고, 피부를 잘 가리며 가능한 한 그늘에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마타가네는 "이 마을 원로로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한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도록 도움을 주세요

  1. '시스터 마사'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알려진 마사 므강가는 가족에게 '저주받은 아이'로 취급되어 어린 나이에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해를 통한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천명을 느껴 이후 백색증 환자들의 삶을 증진하는 데 헌신해 왔다.

  2. 레헤마 압달라(왼쪽)와 사업 파트너인 줄파(오른쪽)은 잡화점을 운영한다. 이들은 로타리 보조금을 통해 소액융자를 받았는데, 이 보조금은 백색증을 가진 자영업자와 그렇지 않은 자영업자들 간의 파트너십을 주선함으로써 백색증 환자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3. 탄자니아 아루샤 외곽 마사이족 지역에서 모친 및 다섯 형제와 함께 사는 데이빗 루쿠메이는 온종일 햇빛 아래에서 꽃을 심는 일을 한다. 결혼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루쿠메이는 "집이 먼저, 그 다음이 아내"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루쿠메이의 다른 형제 중에는 단 한 명만이 알비노이다.

  4. 엘리자베스 줌마는 우케레웨섬에 위치한 테샤 미용실의 공동 소유자이다. 이 섬은 2008년 백색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후 이들을 위한 피신처가 되었다.

  5. 해피니스 세바스찬은 어린 딸 케플린 클레멘트의 피부가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옷을 단단히 입혀 놓았다. 세바스찬은 로타리 보조금으로 지원된 지역사회 교육 워크숍에서 태양광 노출의 위험에 대해 처음 배웠다.

  6. 일라이어스 차차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차차의 부모는 그가 보호받으며 살고 있는 미틴도 초등학교에 그를 보러 온다. 로타리는 침대 44개와 매트리스 88개, 보호용 모자와 선스크린, 그리고 시력이 낮은 학생들을 위한 돋보기를 기부했다.

  7. 정비공인 라마단 알파니는 가정을 지키는 가장으로 우케레웨섬의 탄자니아 알비니즘 협회 지부장으로 활동 중이다.